이명 때문에 저희 한의원을 찾는 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명소리가 시작된 건 젊어서이지만,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그 소리에 익숙해진 분들입니다. 귀에서 나는 소리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 없이 지내온 거죠.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다시 거슬린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나 조용한 곳에 있으면 예전보다 많이 신경 쓰인다고 하죠.

왜 익숙했던 소리가 다시 불편해졌을까요?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저는 이럴 때 안산의 갈대밭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이명환자를-진료하고-있는-안산한의원-신유수-원장

봄의 갈대와 가을의 갈대에서 나는 소리

경기도 안산시.
예림한의원이 있는 곳입니다.

아마 대부도나 시화방조제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곳 외에도 유명한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안산 갈대습지공원이죠. 저희 한의원에서 차로 20분쯤이면 갈 수 있는 거리죠. 예전에 자주 가던 곳인데, 안 간 지 몇 년은 된 것 같습니다.

혹시 계절별로 갈대가 달라지는 모습 보셨나요?

안산 갈대습지공원의 갈대.

저는 특히 봄에 파릇한 새순 올라올 때는 좋아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르면서 여름이 되면 짙은 초록빛으로 자라죠. 그러다가 가을을 거쳐 겨울이 되면서 갈대는 갈색으로 변하고 잎도 줄기도 마릅니다. 겨울 갈대밭에 서면 작은 바람에도 마른 줄기와 잎이 부딪혀 “사각사각〜” 소리를 냅니다. 여름까지는 들을 수 없던 그 소리, 계절을 지나며 더 이상 물을 올리지 않는 마른 갈대에서만 나는 소리입니다.

갈대 이야기가 길었죠. 그런데 사람도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갈대와 비슷한 현상을 겪습니다. 젊을 때는 몸 곳곳으로 기혈과 진액이 고르게 흐르지만, 나이가 들면 그 흐름이 예전만 같지 않으니까요.

마른 갈대가 작은 바람에도 더 큰 소리를 내듯, 예전부터 들리던 이명도 나이 들면서 몸의 바탕이 달라져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안산 호수공원에서 촬영한 갈대. 이명을 갈대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음

한의학에서 나이 듦과 이명을 연결하는 ‘신허’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나이 들어가는 과정과 귀의 기능을 함께 살필 때 ‘신(腎)’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신’은 우리가 아는 콩팥(신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신을 콩팥에 국한해 정의하지 않고 이보다 넓게 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지닌 바탕과 성장,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관계된 것으로 보고, 귀의 기능을 설명할 때도 사용하죠.

신의 정의가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콩팥이라는 장기보다 넓게 본다는 정도만 이해하셔도 됩니다. 이번 글에서 중요한 건 ‘신허(腎虛)’니까요. 신허는 앞서 설명한 ‘신의 기운과 정이 부족해진 상태’예요.

신허, 즉 신의 기운과 정이 부족해지는 건 타고난 바탕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 살아오며 쌓인 피로나 나이 듦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귀와 신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신허가 되면 이명소리가 더 거슬리게 들릴 수 있는 거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허가 심해지면 이명소리가 더 거슬리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년 이후 이명이 나타나거나 오래된 이명이 더 신경 쓰일 때는 신허에 의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귀에서 나는 소리만 보지 않고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함께 살피죠.

이명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는 예림한의원 신유수 원장

이명과 신허, 그리고 육미지황탕

이렇게 신허로 인해 이명소리가 더 거슬릴 때 사용하는 처방 중 하나가 ‘육미지황탕’입니다. 신허에도 여러 양상이 있는데요. 그중 몸을 기르고 열과 균형을 이루는 신음(腎陰)이 부족한 경우에 많이 처방하죠. 부족한 신음을 보충하는 처방으로, 마른 갈대의 마른 상태를 살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신허라고 해서 모두에게 육미지황탕을 처방하는 게 아니고, 육미지황탕을 처방하더라도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약재를 가감해 처방하죠.

진맥을 하고 있는 안산 예림한의원 신유수 원장

이번 글은 여기까지인데요.
조금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 쉽게 푼다고 했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봄의 갈대가 가을의 갈대가 되는 사이, 바람이 불 때 들리는 소리는 달라집니다. 오래된 이명도 마찬가지로 처음 생겼을 때와 지금의 불편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단순히 “소리가 커졌다”는 한마디로 넘기지 않고, 세월을 지나며 몸과 청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살피는 것. 그것이 제가 안산의 갈대밭으로 이명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안산 예림한의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