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조금만 오래 해도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노래를 부른 뒤 목이 쉬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교사나 강사처럼 매일 목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분들은 이게 일에 제법 큰 영향을 주죠.
이럴 때 찾는 한약 중 하나가 ‘향성파적환’입니다.
아시는 분도 많으시죠?
오늘 안산 예림한의원의 한의학 이야기는 향성파적환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한약 처방인 항성파적환을 2016년에 블로그에서 다루었는데요. 당시에는 인터넷에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아졌네요.
향성파적환이 어떤 처방이고, 어떤 상태에서 사용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향성파적환은 어떤 경우에 처방할까?
‘목이 쉬었다’ 혹은 ‘목이 자주 쉰다’며 한의원을 찾는 분들을 보면 그 증상이 다양합니다. 어떤 분은 목을 오래 사용한 뒤 목이 붓고 많이 불편하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목이 바짝 마르면서 소리가 거칠어진다고도 하죠. 또 기침과 가래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말을 이어갈수록 기운이 떨어져 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기도 하죠.
겉으로는 모두 ‘목이 쉬었다’고 표현하지만 진료할 때는 증상에 따라 중요하게 확인할 내용이 다릅니다. 한의학에서는 목이 쉰 환자를 진료할 때도 목과 인후의 열, 진액의 부족, 폐의 기운이 소통하는 상태 등을 구분해 살피고 그에 맞춰 처방하니까요.
향성파적환은 그중 목소리를 과하게 사용한 뒤 목이 쉬고 인후 불편감이 생긴 경우에 주로 처방합니다.
다만 저는 증상이 비슷하다고 바로 향성파적환을 처방하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증상이 이어졌다면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 역류 등 다른 원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목이 쉰 시점과 증상이 심해지는 상황, 휴식과 회복 정도 등을 충분히 들으려 합니다. 목소리를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인지도 중요한 정보로 파악하고요.

일반의약품인 향성파적환과 한의원 향성파적환
요즘은 한약 처방을 일반의약품으로 제조해 판매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우황청심원, 갈근탕, 은교산, 경옥고 등이 대표적이죠.
향성파적환은 어떨까요? 일반의약품으로 여러 제약사에서 출시하고 있는데요. 처방명 그대로 출시하기보다는 다른 브랜드명을 달고 나오거나 ‘환’의 형태가 아니라 복용이 편리한 ‘과립제’ 형태로 나오는 경우도 많더군요.
실제로 목이 쉬었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 중에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향성파적환과 비슷한 게 약국에서도 판매하던데, 이게 한의원 처방과 다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깊이 있게 다루기는 뭐하니까, 가볍게 언급만 해보겠습니다.
향성파적환을 비롯해서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한약처방의 경우 ‘일반의약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의약품은 처방 없이 비교적 쉽게 구입해 복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약이죠. 개별 진료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약재의 구성과 함량을 정할 때 안전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죠. 이 과정에서 원방의 일부 약재나 배합량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원방과는 약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향성파적환을 처방할 때는 원방을 중심으로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합니다. 저는 이게 약성보다 더 중요한 차이라고 봅니다.
한약 처방은 동일한 질환에도 상태나 증상에 따라 특정 약재의 함량을 늘리거나 줄이고, 새로운 약재를 추가해서 맞춤 처방을 합니다. 이렇게 약재를 조절하는 것은 환자의 증상과 몸 상태에 더 적합한 처방을 하기 위해서이고요.
참고로 향성파적환 처방에는 ‘백약전’이 들어가는데, 일반의약품 중에는 백약전 대신 ‘아선약’을 넣는 경우도 있더군요. 백약전은 오배자와 차 등을 발효·가공한 약재이고, 아선약은 별개의 생약입니다. 서로 다른 약재인 만큼, 약재의 특성과 처방에 미치는 영향에도 다르게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향성파적환 처방에 사용되는 한약재의 역할
향성파적환(響聲破笛丸)은 동의보감에서 ‘구가실음(謳歌失音)’, 즉 노래를 부르다가 목소리를 잃은 상태에 사용하는 처방으로 소개됩니다. 목소리의 과도한 사용과 연결된 처방이라는 점을 이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기본 구성은 박하, 연교, 길경, 감초, 백약전, 천궁, 사인(축사), 가자, 대황입니다. 약재 이름을 나열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한의학적 배합 의도를 두 방향으로 나누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나는 열과 막힘을 풀어주는 방향입니다. 박하와 연교는 인후의 열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고, 길경과 감초는 목의 불편감을 살피면서 폐의 기운이 소통하도록 돕는 약재입니다. 천궁과 사인은 기혈의 흐름과 소화 기능을 고려해 배합하고, 대황은 열을 아래로 내리는 방향으로 사용합니다.
다른 하나는 흩어진 것을 거두는 방향입니다. 가자와 백약전은 수렴하는 성질을 가진 약재로, 지나치게 흩어진 폐의 기운을 거두는 데 사용하죠. 참고로 백약전은 한의학적으로 보면 진액을 보존하고 건조함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약재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목이 쉰다는 건 여러 원인에 의해 여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열이나 막힘 외에도 진액 소모나 기운의 흩어짐 등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향성파적환은 이런 여러 측면을 고려해 약재를 배합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향성파적환 복용시 주의사항
‘한약 처방’이라고 하면 보통은 팩에 담긴 한약을 생각합니다. ‘향성파적환 처방’이라고 말씀드려도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팩에 담긴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향성파적환은 약재를 가루 내어 만든 ‘환제’ 처방이 기본입니다. 예림한의원에서도 환으로 조제한 향성파적환을 처방하죠. 필요에 따라 탕약 형태로 응용할 수는 있습니다.
처방받은 향성파적환은 환자에 따라 다르게 처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복용량과 시간은 안내에 따라야 합니다. 일반의약품을 구입하셨다면 당연히 해당 제품의 설명서와 약사의 안내를 따라야 하겠죠. 증상 개선이 더디다고 복용량을 늘리거나, 목을 보호할 생각으로 장기간 계속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향성파적환은 대황과 감초가 포함된 처방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평소 설사가 잦거나 위장이 약한 분, 고혈압이나 심장·신장질환이 있는 분, 다른 약을 복용하는 분은 복용 전에 상담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분, 수유 중인 분은 임의로 복용하지 않아야 해요.
만약 복용 후 복통이나 설사, 발진, 부종 등 이상 증상이 생긴다면 복용을 멈추고 한의사와 꼭 상담하셔야 하고요.
제가 블로그에서 향성파적환을 처음 소개한 건 2016년 11월입니다. 이후 가수, 교사, 강사 등 목소리를 자주 사용하는 분들이 이 처방을 많이 문의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낯선 처방명이었지만 이제는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방문하는 분도 많으시죠.
멀리 계신 분이 한약만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하는데요. 예림한의원에서는 진료를 통해 상태를 확인한 뒤 처방을 결정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카오톡 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