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만큼 처방의 이름이 많이 알려진 한약도 드뭅니다. 일반적으로는 환자를 진료한 뒤 몸의 상태에 맞는 한약을 설명하지만, 공진단은 환자가 먼저 이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피로가 심해서 찾는 분도 있고, 중요한 시험이나 업무를 앞두고 문의하는 분도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공진단을 찾기도 하죠.
공진단은 어떤 처방일까요?
공진단은 오래전부터 전해진 대표적인 보약 처방입니다. ‘동의보감’과 ‘세의득효방’ 등의 한의학 서적에도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전통적인 공진단은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을 중심으로 환약 형태로 만드는데요. 현재는 환자의 상태와 처방 목적에 따라 인삼이나 숙지황 등의 약재를 더하거나, 사향 대신 침향이나 목향을 사용한 다른 구성의 공진단도 있습니다.
사향이나 녹용 같은 귀한 한약재가 사용된다고 해서, 공진단을 단순히 귀한 약재를 모아놓은 처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각각의 약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몸의 근본적인 허약’을 보하고, 보하는 약이 한곳에 머물지 않도록 배합한 처방이니까요.
주요 한약재의 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녹용은 신양(腎陽)을 돕고 정혈(精血)을 보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입니다. 산수유는 간과 신을 보하면서 흩어지는 정기를 거두는 역할을 합니다. 당귀는 혈을 보충하면서도 혈의 흐름이 정체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사향은 개규성신(開竅醒神)하고 행기통락(行氣通絡)하는 약재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막혀 있는 기의 흐름을 열어 다른 약재의 기운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공진단은 이처럼 간과 신, 기와 혈, 보충과 순환을 함께 고려한 처방입니다.
공진단의 핵심은 ‘수승화강’에 있습니다
한의학 서적에서는 공진단의 원리를 ‘고천원일기(固天元一氣), 사수승화강(使水升火降)’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타고난 근본의 기운을 든든하게 하고, 물의 기운은 위로 오르게 하며 불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도록 한다는 의미죠.
이를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하는데요. 수승화강은 위쪽으로 열과 긴장이 몰리고 아래쪽의 기운은 약해지는 불균형을 바로잡아 몸의 위아래가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한다는 한의학적 개념입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지면 머리는 쉬지 못하고 잠은 얕아지는데, 몸은 무겁고 기운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굴에는 열이 오르지만 손발과 아랫배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죠.
공진단은 이런 상태에서 간과 신의 정혈을 보하고, 막힌 기혈의 흐름을 열어 몸의 회복 기반을 다시 세우는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즉, 정체되거나 무너진 수승화강의 흐름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공진단은 어떤 때 처방할까요?
공진단은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거나 오랜 질환과 치료 이후 체력이 떨어진 경우, 과로와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중요한 시험이나 장기간의 업무를 앞두고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 평소보다 신체적·정신적 소모가 큰 시기에 복용해도 도움이 되죠.
다만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공진단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빈혈이나 갑상선질환,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감염성질환 등도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계속되거나 체중 변화, 발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원인 질환에 대한 검사가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공진단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질까요?
공진단과 관련해서는 이런 소문이 제법 많이 돕니다. “공진단을 복용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거나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요. 실제로 관련 문의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공진단이 지능이나 아이큐를 높이는 약은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다만, 공진단을 복용할 경우 공부 효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럼 왜 공진단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문이 난 것일까요? 이유를 유추하면 이렇습니다. 수면 부족과 과로가 심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죠. 이때 몸의 피로가 줄고 수면과 전반적인 컨디션이 회복되면 공부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신체적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고, 공진단은 이런 회복을 도울 수 있죠.
실제로 수면 부족으로 유발된 단기 피로와 원인 불명의 만성피로를 대상으로 한 공진단 연구에서 일부 피로 및 삶의 질 지표의 변화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연구만으로 공진단이 모든 사람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거나 특정 질병을 예방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사향·침향·목향 공진단은 무엇이 다를까요?
공진단과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면 사향공진단, 침향공진단, 목향공진단 등으로 구분한 걸 볼 수 있을 텐데요. 전통적인 공진단의 핵심 구성에는 ‘사향’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향, 침향, 목향은 그 효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같은 공진단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향은 향이 강하고 기의 흐름을 빠르게 열어주는 개규와 통락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약재죠. 침향은 기를 아래로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고, 목향은 막힌 기를 풀고 비위의 소화 기능을 돕는 성격을 가집니다.
때문에 사향 대신 침향이나 목향을 사용하면 가격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방의 성격과 목적도 달라집니다. 침향공진단이나 목향공진단이 무조건 나쁜 공진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전통적인 사향공진단과 완전히 동일한 처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같은 ‘사향공진단’이라도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녹용과 당귀, 산수유, 사향을 원방의 구성과 함량에 가깝게 사용한 공진단이 있는가 하면,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향이나 녹용 등의 함량을 조정한 공진단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공진단을 처방받을 때는 어떤 약재가 들어가고 사향과 녹용의 함량은 어떤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공진단 복용법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공진단 복용법과 관련해서는 ‘하루 한 환을 공복에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게 모든 공진단에 적용되는 원칙은 아닙니다. 공진단은 제품과 처방에 따라 한 환의 크기와 약재 함량이 다르니 복용법도 다른 게 당연합니다. 여기에 제약회사의 일반의약품 공진단은 복용량과 복용 횟수가 또 다를 수 있고요.
공복 복용이 불편하지 않다면 식전이나 식사 사이에 복용할 수 있지만, 평소 위장이 약하거나 공복에 한약을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하다면 복용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보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실온 보관이 가능한 제품이 있고 냉장 보관이 필요한 공진단도 있기 때문에 처방받을 때 안내된 방법을 따라야 합니다.
술은 공진단을 복용하는 동안 줄이는 것이 좋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음식 금기 목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진단 복용 전 상담이 필요한 경우
임신이나 수유 중인 여성, 어린이와 고령자, 평소 위장이 많이 약한 분은 한의사와 상담한 후 공진단을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공진단 복용 후 소화 불편이나 설사, 두근거림 등의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일단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안산 예림한의원은 환자의 피로와 허약 상태, 수면과 소화 기능, 체질과 현재 복용 중인 약을 함께 살펴 공진단이 필요한지, 어떤 종류와 복용법이 적합한지를 판단해 처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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